2008. 9. 11. 03:50
코미디 ||미국 ||롭 라이너 ||롭 라이너(마티 디버기), 마이클 맥킨(데이빗 St. 허빈스), 크리스토퍼 게스트(나이젤 터프넬)... ||75 분 ||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27579
이 영화는 오아시스의 다큐멘터리를 보던 도중에 리암이 스파이널 탭이 실제로 존재하는 밴드라고 믿고 있다면 비웃던 노엘의 말을 듣고 찾아 보게 되었다. 영화는 실제의 밴드를 인터뷰하고 그들의 미국 투어를 좇으며 촬영한 영상으로 만든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되어있다. 영화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이 본다면 완벽하게 실존하는 밴드로 믿을 수 있을 정도로 감쪽같이 만들어져 있다.
이 영화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 안에 나오는 갈등구조들이 실제의 밴드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비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많이 패러디 되는 것이 비틀즈다. 그들이 미국 투어에 나서기에 앞서 발매한 앨범은 Black Album이다. 이것은 비틀즈의 화이트 앨범에 대한 패러디로 이들에게 블랙앨범은 사상 최악의 판매고를 안겨준다. 이런 식으로 비틀즈에 관한 많은 일화들을 비꼬았는데,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바로 데이빗과 나이젤의 관계이다. 이 둘의 모습은 비틀즈의 폴 맥카트니와 존레논의 모습을 꼭 빼 닮았다. 그들은 음악을 하는데 있어 서로에게 가장 중요하고 완벽한 파트였음에도 불구하고 데이빗의 여자 친구가 그 사이에 끼어듦으로 인해 관계를 완벽하게 망치게 된다. 이것은 아주 명명백백하게 존과 폴 사이에 끼어든 마녀, 오노 요코의 이야기다. 밴드의 음악에 참견하고 밴드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멋대로 끌고 다니려 해 그녀의 애인인 데이빗을 제외한 모든 밴드와 매니저를 불편하게 만든 사실도 실제의 이야기와 거의 흡사하다. 현실에서 그들 밴드맨들이 멀어지게 된 원인은 사실 단 한가지(오노요코)가 아니라 복잡한 관계와 사건들이 얽혀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감독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밴드가 해체하고 그 완벽해 보이던 파트너쉽이 무너지게 된 책임을 누군가에게는 지게 하고 싶었고, 거기서 받은 상처를 조금이나마 위로 받고 싶은 것이다. 영화에서 데이빗은 마지막 투어 공연장에서 연주를 하는 도중에 몇번의 눈빛 교환 만으로 그와 화해한다.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현실은 전혀 달랐지만.. 나도 항상 꿈을 꾼다. 그들이 그렇게 끝나지 않았더라면, 단 몇년 만이라도 더 함께 곡을 썼더라면. 존 레논이 그렇게 죽지 않았더라면. 물론 부질없는 꿈이긴 하지만. 이런 실제같은 거짓말로라도 위로받고 싶은 것이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아름답고 위대하다. 말도 안되는 장면이 몇몇 등장하기도 하지만 이 영화가 내게 진정성을 갖게 되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이 영화속의 인물들에게서 내가 사랑하는 많은 밴드맨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정말로 괜찮은 영화였고, 좋은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