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2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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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어요?
저건 250년 동안 미제로 남은 답이라구요!
세상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아세요?
세상은 그대로야.
영화가 막 끝났을 때에는 깔끔한 엔딩 장면 때문에 시나리오상의 허점들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는데 잠들기 전에 갑자기 몇가지 의문들과 스토리 연결을 위한 억지 장면들이 떠올랐다..
페르마라는 인물의 죽음이 석연치않은 구석이 있다. 주유소 씬에서 의미심장한 장면을 집어넣었던 것은 페르마가 살인마라고 믿게 만들기 위한 장치였나? 자동차 안에서 검문을 하던 경찰을 태우고 가는 장면에서 전화를 안받게 하기 위한 장치는 아무리해도 그럴싸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는지 운전중에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말을 하게 만든다. 긴장감은 전혀 없고 그저 답답하기만 한 장면이었다.. 스릴러 영화로써의 점수는 크게 줄 수 없을 듯 하다.
영화 안에서 복선인척 하는 여러 장면들이 존재하는데 이것들이 나중에 사실은 이게 복선이 아니라 훼이크였지!!! 라는 식으로 아무렇게나 버려진다.. 초반 장면에서 의미심장하게 비춰주던 교수의 자동차는.. 그가 범인이라는걸 어떤식으로든 암시하기 위한거였나? 왜 버렸는지 왜 그런장면이 필요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영화는 수학 문제를 푸는 장면이 중심이긴 하지만 이 영화에서 중요한건 문제를 어떤 획기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풀었느냐가 아니다. 욕망과 열등감, 질투심, 어리석은 망설임으로 일으킨 사고 같은 것들로 엮인 인간들을 한 장소에 모아놨을 때,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서로를 망쳐버리는지를 보여준다. 가장 중요한 장면은 역시 마지막일 것이다. 밀실에서 겨우 탈출하면서도 놓치지 않았던 증명을 던져버리는 것으로 감독의 메세지는 분명해진다. 서로를 할퀴고 심지어 죽음으로 몰아세운 욕망의 결정체를 손에서 놓아버리는 것. 그리고 세상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말. 우리는 얼마나 어리석은 이유들로 전쟁을 일으키고 목숨을 빼앗는가? 사실 그것들은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인데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것은 밀실에서 탈출할때 주인공 모두는 살인자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정당방위였다고 말할수도 있을 테지만 사실 이부분이 가장 찝찝하다. 교수가 모두를 죽이고 일인자가 되기 위해 만들었던 밀실이 결국 자신의 무덤이 되어버린것도 물론 앞에서 말한 그 메세지를 위한 장면이었겠지만... 그 표현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거다. 싸움은 너무나 일방적이었고, 단 한번의 주먹질로 죽어버렸다! 가장 중요한 인물이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버리다니. 게다가 진실을 밝히는 과정은 또 얼마나 진부하고 식상한가? 시나리오의 부실함을 수학문제로 덮으려 했다면 좀 더 획기적인 문제들을 내놓고 주인공들을 천재성들을 감상하게 하는게 좋았을 것이고, 메세지 전달에 포커스를 맞추려 했다면 전체적인 이야기 구성에서 인과관계를 좀 더 매끄럽게 다듬는 편이 좋았을 것이다. 이 영화 안에서는 두번의 죽음이 나오는데, 그 죽음으로 가는 과정은 필사적으로 우연에 기대고 있다. 시나리오상에서 메워지지 않는 구멍들을 어떻게든 스릴있고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애를 쓴 흔적이 역력하다.
혹평을 하긴 했지만 사실 영화를 보고 있는 동안에는 집중하며 잘 봤다. 좀더 극한의 상황까지 주인공들을 몰아갔으면 하는 아쉬움도 좀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