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전쟁, 드라마 ||프랑스 ||뤽 베송||밀라 요보비치(잔), 존 말코비치(샤를 7세), 페이 더너웨이(요랜드/프랑스 여왕), 더스틴 호프만(양심) ||155 분||R||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27513
영화를 보는 중에 끔찍하게 혼란스러웠다. 다 보고 나서도 그랬는데 이랑이한테 말들을 쏟아내고 나니 정리가 된다. 영화 중반이 넘어 갈 때까지는 분노했다. 신의 이름으로 전쟁이라고? 신의 이름으로 전쟁터에 나가는 것을 부추겨? 잔에게 신은 그런 존재인가? 잔을 필두로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는 프랑스군을 보며 분노했다. 거기다 잔은 뭔가! 계획도 싸움에 대한 기술도 뭣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설쳐 대다가 그를 지키려는 다른 이들만 다치게 하고 있지 않은가! 할말 없으면 신의 뜻이라고 우겨대는 것도 참을 수가 없었다. 전쟁은 전쟁일 뿐이다. 아무리 좋게 갖다 붙이고 포장해도 절대 신성해 질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전쟁을 선동한 주제에 신의 사자라는 말을 갖다 붙이다니!
-까지가 영화 중반까지의 생각이었다.
중반 이후부터는 끔찍한 혼란이 가중되었다. 감독이 보여주는 화면들이 잔이 하고자한 전쟁의 추악하고 끔찍한, '진실'에 초점이 맞춰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의 잔혹함에 서 있는 잔은 환상을 본다. 머리에서 피가 쏟아져 내리며 내게 무슨 짓을 한거니, 잔 이라며 소리 지르는 신을…스스로 전쟁의 끔찍함에 대해 인식하는 장면이다.(그제 서야ㅡㅡ…….) 그리고 영국군에 포로로 잡혀 환상을 보는 장면에서는 감독의 의도가 더욱 확실해 진다. 그가 보고 있는 것이 환상이며 실제 하지 않는 것임을 확연히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데(허공에 대고 손을 내밀며 대화한다.)이것은 그가 실제로 신의 계시 받아 행동 한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물론 역사 속의 잔이 실제로 그랬다는 것이 아니라 영화 내에서.) 그리고 이 환상 -잔의 양심이다- 과 나누는 대화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환상속의 남자는 그녀가 저지른 전쟁과 수많은 일들이 사실 신의 뜻이 아니라 그녀의 뜻이었으며 그것이 복수심에서 벌인 일이고 결국 신이 잔을 원한 것이 아니라 잔이 신을 원한 것을 인정하게 만든다.(이 과정에서 잔의 격렬한 자기변호가 있지만 몇 가지 기억을 되살리는 것으로 결국 인정한다.) 사실 잔의 행동이 복수심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암시는 영화 앞부분에도 나온다. 어린 시절 자신의 눈앞에서 영국군에 의해 친지가 살해되고 강간당하는 장면을 전쟁 중에 꿈으로 꾼다. 이것이 그녀의 무의식을 지배하는 사건이며 자신이 신의 계시를 받았고 수많은 암시를 보았다고 믿게 만드는 결정적 사건이다.(그렇게 보인다.…….) 감독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전쟁을 종교의 이름으로 합리화 시키는 일들을 비난하고 있는 것 같다. 전쟁영웅은 영웅이 아니다. 잔이 화형당하는 것이 결국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것으로 만들어 그의 순수성을 지켜주긴 하지만 메시지는 분명하다.
그 외에 인상 깊었던 장면이라면 프랑스 왕의 대관식을 꼽겠다. 이 장면에서 화면은 웅장하고 화려하며 대단히 진지하다. 하지만 이 장면 전에 왕의 어머니는 성스러운 기름이 다 떨어진 것을 보고 호들갑 떠는 대신? 교주인가?를 무시하며 다른 기름으로 채워 넣는다. 즉위식 자체도 3일 만에 얼렁뚱땅 준비된 것이다. 이런 장면들로 하여금 후에 나온 즉위식은 품위를 떨어트리고 어딘가 지나친 화려함으로 비꼬는 것으로 보이게 만든다. 잔의 눈에 비친 모습으로 말이다.
혼란스러웠던 것이 정리가 된다. 뤽베송…참 괜찮은 감독이다. 한두 번 정도 영화를 더 보는 것이 이해를 깊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